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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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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아주 컨디션이 좋다. 제대로 숨을 못 쉰 지 몇 달이 되었었는데, 비염 치료약을 먹고 코로 완전하게 숨을 쉬는 게 가능해졌다.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문득 정신을 차리면 숨을 쉬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하기 일쑤였다. 다행이다. 코로 숨을 쉬는 게 이렇게까지 행복한 일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다. 나에게 치료약을 내려주신 의사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나의 일부 감정을 잘라낸 것처럼 느껴진다. 오늘 깨달은 바로는, 나는 타인의 기쁨과 만족에 대한 공감의 감정이 없다. 그리고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설렘의 감정도 사라졌다. 나의 일부는 기계가 되었고, 나는 그게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가슴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었는데, 눈물을 몇 방울 떨어뜨리면 말랑해지기도 한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방은 하루하루가 난장판이다. 가장 거슬리는 건 연필이다. 어차피 지난 주, 페이퍼리스한 삶을 다짐하며 종이를 버렸으니 펜은 항시 책상 위에 두지 말고 서랍장 안에 고이 넣어두어야겠다. 내일도 정리를 하는 날이다. 이렇게 하루하루 정리를 하다 보면 언젠가 텅 빈 책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 위엔 덩그러니 HG의 피규어만 자리하겠지. 내가 바라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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